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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일시론] 탈원전, 제대로 알고나 합의하자
작성자 고영회 번호 553 작성일 2017-08-01 조회수 43

소위 전문가는 누구인가? 전문가는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쌓은 사람을 말한다. 전문가는 아무나 알기 어려운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럼 어떤 사람이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오래 전 일인데, 일본에서 바둑기사에게 뇌파 실험을 했다. 바둑을 둘 때, 전문 기사와 아마추어 기사 중 누가 더 많이 생각하는가를 측정하는 실험이었다. 상식으로 보면 전문 기사가 더 많이 생각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에서는 전문 기사는 수를 둘 때 별로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중요한 수를 두어야 할 때도 전문 기사는 먼저 수를 생각해 내고 그 수가 타당한지 검토하는 선에서 그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반면에 아마추어 기사는 여러 가지 수를 생각해 내느라 머릿속이 바빴고 그 과정이 뇌파 기록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런 것이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이다. 전문가는 답을 바로 잡아낸다. 전문가는 세목(디테일)에 강하다고들 한다.

2003년 2월 18일 대구 도시철도 중앙로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기관사는 "전동차에 대기하라. 자리에 그대로 있어라"며 전동차 문을 잠근 채 자리를 떴다. 승객들은 열차 안에 연기가 들어오는데도 자리에 앉아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음에도 "객실 안에서 기다려라"는 방송이 되풀이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환경부·보건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는 그 물질의 제조 신고와 독성 심사, 제품 승인, 질병 발생과 관리를 전문성 있게 챙겨야 할 정부 부처들이었지만 모두 손을 놓고 있었다. 독성 전문가는 부정과 손잡고 엉터리 보고서를 냈다.

전문가가 있어야 할 자리에 전문가가 없거나 이름만 전문가인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 또는 전문가가 부정에 손대면 재앙이 생긴다. 전문성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문 분야에 도사린 적폐는 없애야 한다. 그러나 적폐를 빌미로 전문 분야 자체를 부정하면 곤란하다. 적폐는 사회악이지만, 전문성을 무시하여 본질을 잘못 알고 결정한다면 그것은 더 큰 재앙이다.
건설 분야는 기본 단위가 밀리(1000분의 1)이다. 정밀 가공 분야나 재료 분야에서는 마이크론(100만분의 1), 더 나아가 나노(10억분의 1) 단위를 다룬다. 건설 전문가의 눈으로 밀리 아래 마이크론이나 나노 크기의 세계를 구분하기 어렵고 몰라도 된다. 거꾸로 나노 수준에서 일하는 재료 전문가는 건축 구조물에 있는 구멍에서 공포를 느낄지 모른다.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공정이 27%에 이른 상황에서 신고리 원자력 5·6호기 공사를 석 달 동안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어제 9명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공론 과정을 거쳐 시민배심원단의 찬반을 통해 최종적인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배심제는 법조인이 아닌 일반 시민이 재판 과정에 참여하여 범죄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영미권 국가의 사법제도다. 배심원은 사실 여부를 판단하고, 법관은 위 사실을 바탕으로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에너지정책 방향을 두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할 때다. 에너지정책은 대략 20년을 잡고 계획을 짜야 한다고 한다. 그동안 활용해 온 원전은 발전 단가가 싸지만 만에 하나 대형 사고가 난다면 엄청난 대가를 요구한다. 점차 원전을 줄여나가겠다는 정책 방향에 우리 사회가 동의한다면, 동시에 전기요금 인상 같은 반대급부도 기꺼이 부담하겠다고 동의해야 한다.

에너지정책이나 원자력은 전문분야가 아닌가? 아니라면 지금 방식으로 가도 좋다. 그러나 전문분야라면, 정책 결정 과정에 전문가를 꼭 참여시켜야 한다. 전문성은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실체와 본질을 제대로 이해한 상태에서 우리의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 예전 어느 대통령은 "전문가 머리에서는 참신한 발상이 나오지 않는다. 정책 결정을 보통 시민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는 진짜 중요한 문제는 쉽게 결정하려 하고, 어쩌면 말 실수일 수 있는 일에 온 나라가 들썩거릴 정도로 흥분하는 것은 아닌가? 국민 삶의 질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는 제대로 알고나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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