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대 대한변리사회 이끌 고영회 회장을 만나다
작성자 관리자 번호 작성일 2014-03-13 조회수 1220

지난달 2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53회 대한변리사회 정기총회 및 신임 회장 선거장. 이날 참석자들의 관심은 온통 대한변리사회를 이끌어갈 37대 회장에 과연 누가 선출될지에 쏠려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선거는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세 명의 후보가 출마해 경합을 벌인 데다 각종 현안이 첨예하게 걸려 있었기 때문. 이를 반영하듯 행사장은 투표를 위해 자리한 변리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과연 1차 투표에서 당선자가 나올 수 있을까'하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당선을 위해서는 투표 참가자의 과반수 득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1차 투표에서 고영회 후보가 가뿐히 5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신임 회장에 선출된 것이다. 결과가 발표되자 곳곳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지만 한편으로는 당연한 결과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참석자들이 상당수였다.


대한변리사회 관계자는 "고영회 후보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후보들이 대형 사무소를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해온 것과 달리 중소 사무소들까지 일일이 찾아 다니며 회원들의 의견을 듣고 함께 고민했다"며 "특히 젊은 변리사들과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 때문인지 이번 선거엔 어느 때보다도 젊은 변리사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고 회장이 젊은 변리사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내용은 무엇일까.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변리사회관에 있는 그의 집무실을 찾았다.

새 회장 취임을 축하하는 인사를 건네자 고 회장은 긴 탄식부터 내뱉었다. "뭐니뭐니해도 변리사가 제 위상을 되찾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지요." 그가 진 짐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고 회장은 "21세기는 지식재산이 국제 경쟁력이고 변리사는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의 유일한 지식재산 전문가"라며 "하지만 과연 현재 변리사의 위상이 이에 걸맞은지, 국민들과 법조계의 인식이 그러한지에 대해 곱씹어 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우리의 지식재산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정작 변리사의 역할에 대해선 눈을 감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한 최우선과제로 고 회장은 변리사의 역량을 쌓아가기 위한 장기 계획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50여년간 이어져 온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대리문제도 새로운 전략을 통해 접근 방법을 달리하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고 회장은 이 얘길 하면서 종이 한 장을 탁자 위에다 올렸다. 거기엔 변리사법 제2조와 8조가 나란히 인쇄돼 있었다.

변리사법 제2조엔 '특허청 또는 법원에 대하여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을 대리하고 그 사항에 관한 감정과 그 밖의 사무를 수행하는 것을 업으로 한다'고 씌어 있었다.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인정하는 조문이다.

8조 내용은 더 구체적이다.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돼 있었다. 고 회장은 "이처럼 법에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이 엄연히 명시돼 있는데도 지난 수십년간 법조계로부터 거부당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갈수록 이공계를 기피하는 문제점을 꺼냈다. "저는 기술사를 두개나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미래가 보이지 않았어요. 다시 변리사 시험을 준비해 합격했습니다. 이제 됐나 싶었더니 이번엔 변리사법에 명시돼 있는 소송대리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처절한 좌절감을 맛봐야 했습니다. 이렇게 이공계가 박대받는데 과연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 지원하겠습니까? 과연 우리나라가 계속 기술로 세계를 제패할 수 있을까요?"

고 회장은 작심한 듯 "여론조사로 자료를 쌓아나가고, 정치인과 교류하는 모임을 만들어 변리사제도의 이해를 돕고 변리사회 주관으로 지식재산 경영자과정도 마련하는 등 변리사의 역량을 차곡차곡 쌓아가겠다"고 강조했다. 특허침해소송대리문제가 변리사뿐만 아니라 법률소비자인 기업 발명가,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이익이란 관점에서 정책을 다시 세우겠다는 것이다.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고 회장은 "변리사의 활동을 널리 알리겠다"며 "행정부, 지자체, 법원, 검찰, 공기업, 학계, 언론 등에 변리사 활동영역을 설명하고 각 분야에서 지식재산 관련 정책이나 제도를 마련할 때 변리사의 의견을 참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계획을 전했다.

특히 기업과의 밀접한 관계 구축에 힘을 쏟는다는 생각이다.

그는 "변리사는 기업 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지만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해결하려고 나선 적이 별로 없다"며 "변리사와 기업 담당자가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어 변리사업계의 현안을 기업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변리사업계에 만연한 저가 수임 문제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고 회장은 "서비스 분야에서의 저가 수임은 결코 선(善)이 될 수 없다"며 "일정 수준으로 적정한 수임료를 주고 서비스를 받지 않으면 잃는 것이 많다는 인식을 기업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역 개발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고 회장은 "사회 각 분야를 점검해 지재권 분야와 관련 있는 곳을 찾아 변리사가 참여할 길을 찾겠다"며 "가령, 기술 가치 평가와 컨설팅 등 젊은 변리사들을 중심으로 개척 움직임이 활발한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변리사들의 당당한 '제 목소리 내기'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누구의 힘을 빌리기에 앞서 변리사 스스로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 회장은 "변리사들도 변리사회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 주요 관심사에 태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과학기술정책, 이공계 기피 등 사회 현안에 대한 회원들의 생각을 모아 의견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약력 △56세 △경남 진주 △진주고 △서울대 건축학과 학사, 석사, 박사 △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 부회장 △대한기술사회장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수도권 대표(현)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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